[해외 여행사이트 손본다] 부가세·수수료 쏙 빼고 "우리가 가장 싸다"…1조 시장 70% 장악

입력 2017-01-31 17:24  

공정위, 글로벌 여행 예약 사이트 첫 조사

국내 사이트는 숙박경비 총액 표기 '역차별'
호텔스닷컴 등 '빅3' 소비자 불만 연 30%↑
환불도 어려워…"국내 약관 안 따라도돼" 주장



[ 정인설/강영연 기자 ]
지난해 11월 김규성 씨(가명)는 가격 비교 사이트에서 홍콩 호텔 숙박비를 알아봤다. 설 연휴에 가족들과 함께 홍콩 여행을 가기 위해서였다. 김씨는 검색 후 글로벌 여행 사이트를 통해 예약하기로 결정했다. 국내 업체보다 1박에 2만원가량 쌌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결제 단계에서 갑자기 3만원가량 비용이 불어났다. 각종 세금에 카드수수료가 합해져 생긴 일이었다. “왜 처음부터 총액을 알려주지 않느냐”며 해당 사이트 운영자에게 이메일을 보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글로벌 여행 예약 사이트(OTA: online travel agency)에 대해 직권조사에 나선 건 소비자 피해가 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빅3’로 꼽히는 호텔스닷컴과 아고다, 익스피디아와 관련된 소비자 상담 건수는 매년 30% 넘게 증가하고 있다.

◆무늬만 최저가 마케팅

대표적인 유형은 눈속임 마케팅이다. 글로벌 여행 예약 사이트들은 “국내 업체보다 싸다”며 최저가를 내세운다. 호텔스닷컴이나 아고다 등은 부가가치세나 카드 수수료 등을 뺀 금액을 홈페이지에 고시한다.

반면 경쟁사인 국내 여행 업체들은 처음부터 각종 세금과 수수료를 포함한 가격을 표기해야 한다. 여행 상품과 항공권 등의 가격을 알릴 때 소비자가 최종 결제 단계에서 부담하는 금액을 표기하도록 하는 총액표시제가 시행되고 있어서다. 호텔이나 식당에서 부가세와 봉사료를 합한 금액을 표기하도록 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글로벌 여행 예약 사이트는 국내 법인이 없다는 이유로 이 규정을 지키지 않고 있다.

공정위는 국내 환불 규정을 지키지 않는 점을 글로벌 여행 예약 사이트의 더 큰 문제로 꼽는다. 공정위가 고시한 국내 소비자분쟁해결 기준에 따르면 소비자가 여행 출발 30일 이내에 환불을 요구하면 해당 업체는 계약금 전액을 돌려주도록 돼 있다. 20일 이내와 10일 이내면 각각 10%와 15%의 취소수수료만 부과할 수 있게 돼 있다. 그러나 글로벌 여행 예약 사이트는 이런 규정을 준수하지 않는다. 출발 한 달 전에 취소해도 환불 수수료를 받는가 하면 일부 업체는 호텔 변경만 할 수 있도록 하고 환불 자체를 안 해주는 것으로 공정위는 파악하고 있다. 피해를 본 소비자들이 이메일 등을 통해 해당 업체 본사에 항의해도 별다른 조치 없이 감감 무소식이란 게 소비자원의 설명이다.

이런 배짱 영업을 하면서도 글로벌 여행 예약 사이트들은 국내에서 몸집을 불리고 있다. 브랜드 인지도와 해외 제휴 호텔 등에서 국내 업체들을 압도하며 2015년 기준 1조원대인 온라인 여행 예약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2020년이면 점유율이 90%를 넘을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국내 업체 역차별 논란

소비자들만 피해를 보는 게 아니다. 하나투어나 인터파크투어처럼 국내 법규를 지킬 수밖에 없는 업체들도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총액표시제나 환불 규정 외에도 많은 역차별 규정이 있다는 게 국내 업체들의 주장이다.

국내에서 여행사를 운영하려면 각종 규제를 적용받는다. 관광진흥법과 시행령에 따라 최저 자본금(3000만~2억원)이 있어야 여행 사업자 등록을 할 수 있다. 매출 규모에 따라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영업보증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이런 비용이 고스란히 상품 가격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

반면 글로벌 여행 예약 사이트들은 이런 규제에서 벗어나 있다. 지방자치단체나 국세청에 사업자 신고를 하지 않고서도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국내에서 영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업체는 한국에 연락사무소만 두거나 제휴 업체를 통해 영업하는 형태로 국내 규제를 피해가는 편법 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YMCA 관계자는 “글로벌 여행 예약 사이트들이 국내에 사업자 등록도 하지 않고 국내 규정을 따르지 않으면 사이트 접속을 차단하는 등 강력한 제재가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인설/강영연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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